그림자
내가 비틀거려서인지
직장에서 돌아오는 골목길에서
그림자는 늘 비틀거렸다
그림자는 가끔 어두운 골목길에서
우두커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했다
내가 하라는 대로
오른발을 들라 하면 오른발을 들고
두 팔을 들라 하면 두 팔도 들고
돌아가라 하면 돌아가기도 하고
그림자는
내가 하라는 대로만 한다
그림자는 왜
내가 하라는 대로만 할까?
한 번쯤은 비틀거리는 나를
도망쳐볼 생각을
왜 안 하는 것일까?
그림자도 혹시 나처럼
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?
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일까?
그래서 도망칠 수 없는 것일까?
삼십 년을 일하고도
여전히 비틀거리는
오십 대 남자
야근을 마치고 돌아오는 골목길에서
기침을 하다가
그림자를 보며 묻는다
너는 왜 나를 떠나지 않은 거냐고
몸철학
유은걸시노래 감상하기
https://www.youtube.com/watch?v=t8oBgRPknO0&list=PL-5IiwPanj2oTCqnzJGKIOw-H4s_gzTYW&index=13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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